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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말더듬이 강사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낯선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발표를 시키면 일어나서는 꿀 먹은 벙어리 자세로 한참을 있었다.  

전화도 두려웠다. 상대가 낯설면 전화기 앞에서는 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역시 걸리는 것은 소통문제였다.


그런 내가 신앙을 하게 되면서 하나님께 무엇을 해드릴까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른 것은 글이었다. 

글은 편했다. 상대방 눈치 볼 것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평생 글로서 영광 돌리겠다고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칠 강사학교가 열렸었다.

당연히 성경을 배울 줄 알았더니 발표준비를 하나씩 해 오라고 하셨다.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원고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 더 낫다면서.

‘글에 도움이 될까 했더니, 발표라니... 에휴’ 한숨만 나왔다.


당일이 되었고 나는 말 잘하는 사람 다음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너무 비교가 되었다. 

한참 멍하니 서있다 울음을 터트리니 강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괜찮아요. 그 정도면 양호하네요. 전에 가르치던 아이는 남 앞에 서면 기절하는 애였어요.

그 애가 자기 지금 고치지 않으면 평생 못 고친다고, 수십 번 더듬으며 울면서 강의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그 교회에서 가장 유능한 강사가 되었어요. 지금 그 애보다 낫잖아요. 

그러니 편하게 발표해보세요.”


눈물을 삼키며 떠듬떠듬 겨우 발표를 끝냈다. 창피했다. 나는 오기가 발동했다. 

내가 말은 못해도 글 못 쓰는 애는 아니었다. 

‘그래 원고작성이라도 제대로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일주일동안 원고작성에 불을 태웠다. 


일주일 뒤 발표 날, 나는 원고를 부여잡고 국어책 읽듯이 발표를 끝냈다.

그러자 강사님은 뜻밖의 반응을 보이셨다. 

“잘하셨어요! 내용도 잘 들어갔어요. 할 수 있잖아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제야 내 안에 숨겨진 보화를 캐낼 방법 하나를 찾은 것 같았다.


말 재주 없는 나에게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원고를 읽으며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답이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기회를 얻어 실천해보니 그제야 답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말을 더듬고 강연을 할 때면 하루 전부터 긴장하여 손발이 떨린다.

그런데도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성경 강연을 하고 있다.

세상만사 안 해 봐서 못하는 것이지 해서 못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자신과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천주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자기를 개발하면 어떤 귀한 자가 될는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지혜로운 자는 그의 가치를 알고 개발하여 귀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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