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동네

발붙일 틈

 



신랑이 퇴근했다.

옷을 갈아입고는 식탁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쉰다.

“무슨 일이야?”

“나 중고거래 하려다 사기꾼을 만났잖아.”

“뭐야? 그래서 당했어?”


“아니, 정말 물건을 싼 값에 내놓았더라고. 그래서 연락했지.

그랬더니 이름하고 핸드폰 번호 알려주더라고.”

“그래서...(부들부들)”

“그래서 바로 거래내역이 정직한지 조회해봤지.

그랬더니 사기경력만 5개가 뜨더라고.”

“그래서...(찌릿!)”

“그래서 다시 전화했지. 사기거래가 5개 뜨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랬더니 상대방이 실수가 있어서 그렇게 뜬 거래.”

“아니, 상대방이 실수했는데 왜 본인이 사기경력이 뜨냐?” 

“그래서 내가 안전거래로 할 수 있냐고 물으니까, 그럼 직거래로 하재.

자기가 지방 어느 위치쯤 있으니까 직접 오라는 거야.”

“그래서 갔어?(화산폭발직전)”

“안전거래 안한다고 하니까 더 의심스럽잖아. 

게다가 물건도 2-3만원밖에 안하는데 지방까지 가냐? 안한다고 했지.”


내가 도리어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물건을 선택했어?”

“걔가 물건 판다고 동일한 물건으로 수십 개를 올렸어.”

“이야~ 안 볼 수가 없네. 한 사람만 걸려라 이건가?”

“그 사람 이름을 사이트에 쳐보니까 카페나 블로그에 사기당한 사람들이

올린 글들이 엄청나더라. 이거 조금만 신경 쓰면 피할 수 있겠더라구.”

“아니 그런데도 사기꾼이 활개를 치네.”

“걸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기꾼이 활개를 치지.”

“맞다. 맞아. 걸리는 사람이 없으면 사기 칠 일이 없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사람들이 확인해서 조목조목 따지고,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악한 자의 발붙일 곳이 점점 사라지게 되어 

누군가 잡지 않아도 스스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글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그릇  (0) 2017.05.29
청색시대  (0) 2017.05.29
친구야 놀자  (0) 2017.05.15
적당한 화목  (0) 2017.05.15
굼벵이 주문  (0) 2017.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