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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증인




요즘 조선업계 사정이 어려워 회사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이력서를 들고 여기 저기 입사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컴퓨터로 입사원서를 적성하는 중이었다.

딸애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한마디 물어온다.


“아빠! 다른 회사 갈려고?”

“응. 이제 조선소 일거리가 없어져서.”

“어디 가고 싶은데?”

“컴퓨터 그래픽 관련 일을 해보고 싶은데 뽑아줄지 모르겠네. 네가 잘되게 기도해 주라.”

“근데, 컴퓨터 그래픽이 뭐예요?”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는 일이야.”

“아빠가 그런 것도 해?”

“그럼, 예전에 그래픽으로 신문 만드는 기자였는데.”

“우와! 기자라고? 담임선생님이 신문 만드는 것 엄청 힘들다고 말했었는데.”


그 말에 어깨가 ‘으쓱’ 추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3년 정도 일했었지.”

“정말?”

  

딸아이는 못 믿는 눈치다. 뭔가 증거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신문사를 퇴사하면서 내 이름이 실린 신문자료와 책자를 가지고 나왔지만, 여러 차례 이사를 거듭하면서 모두 잃어버린 상태다. 혹시나 지방 신문사 홈페이지나 ‘한국 편집 기자 협회’ 홈페이지에 자료가 있을까 찾아봤으나 허사였다.


신문사가 회사명을 바꾸면서 이전에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고, 2004년인지 2005년인지 정확히 모를 ‘기자가 본 100대 뉴스’는 책 내용은 볼 수 없고, 표지만 볼 수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계속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신문사 다닌 것 맞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의 신분이 되어버린 사람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을 만난 것 같은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자료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크리스천이다. 가끔 하나님을 믿어보라 외칠 때면 하나님이 어디 있냐며 보여 달라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성경에 나온 대로 하나님은 영이시니 ( 요한복음 4장 24절 ) 눈을 뜨고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볼 수는 없다. 다만 창조주가 창조하신 인간을 통해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하나님의 유일한 증인인 셈이다.


우리가 증인으로서 제대로 된 행동, 삶을 살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얼마나 답답하실까?


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하나님의 입장을 더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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