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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을 체포합니다

 

 

글동네

나무꾼을 체포합니다by 날개단약속

 

 

 

 

 

 

 

 

셋째가 동화를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다.
동화는 “선녀와 나무꾼”
곧 둘째와 셋째도 같이 들었다.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숨겨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나무꾼을 따라가는 장면에서 6학년인 첫째가 말했다.
“나무꾼이 사기 치잖아. 도둑질도 하고.”

 


첫째의 말에 적잖게 놀랬다.
첫째는 이제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동화를 들을 나이는 지났나 보다.

 


첫째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도둑질 한 건 사실이고,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 선녀를 자기 아내로 삼았으니.

 


오늘날 법에 적용하면 죄목이 꽤 클 것 같다.
그리고 선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나 역시 ‘선녀는 나무꾼을 진정 사랑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생각은 백설 공주에게로 향했다. 
곧이어 백설 공주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백설 공주도 나무꾼 못지않았다.
백설 공주는 난쟁이의 집에 무단침입하여 마음대로 음식을 먹고 잠까지 잤다.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깜짝 놀랐다.
이 장면에서 만약 백설 공주가 못생겼더라면 난쟁이들은 백설 공주를 예쁘게 봐 줬을까?
온종일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려는데, 백설 공주가 그 음식을 다 먹어버렸으니 화가 날 법도 한데

난쟁이들은 누구 하나 화내지 않고 백설 공주를 받아들인다.

 


세상이 험해져서 그럴까, 우리의 생각이 순진하지 않아서 그럴까?
한때 생각을 비틀어서 동화를 재해석하는 책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재밌기도 하고 공감도 했지만, 조금은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책을 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원뜻이 왜곡되어 전달된다면 그 작가는 매우 슬플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고전은 우리에게 지지받고 공감하게 하며 감동을 준다.

 


하지만 훌륭한 고전, 종교 경전이라 해도, 생각을 비틀어 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좋은 생각이라고 해야 할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해야 할지는 시간이 결정해 줄 것이다.

 


나무꾼을 사기꾼으로 지목한 사람이 비단 우리 첫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선녀와 나무꾼”은 우리 곁에 오랫동안 남아 읽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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