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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뇌 사진기

 

 

 

 

 

 

 

 

   여기는 뇌 전문병원입니다.
   휴돌이는 의사와 상담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제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자꾸 엉뚱한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어떻게요?”

 

   “기도하다가도 엉뚱한 생각이 불쑥!
   수업 중에도 엉뚱한 생각이 불쑥!
   길을 걷다가도 엉뚱한 생각이 불쑥!
   집중이 잘 안 돼요. 너무 힘들어요.”
   “요즘 어려운 일 있었나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엊그제도, 어제도...”
   휴돌이는 갸우뚱하며 말했습니다.

 

   “뇌 사진 좀 찍어볼게요.”
   의사는 휴돌이 머리에 사진기 모양에 기계를 끼웠습니다.
   몇 분 지나자 뇌에서 필름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필름엔 휴돌이가 무엇을 했는지 다 나와 있었습니다.

 

   휴돌이는 길에서 내내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게임도 하고 웹툰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게임 영상, 놀이 영상으로 뇌가 가득 찼습니다.
   수업시간이 되었는데 눈앞으로 만화주인공이 지나갑니다.
   기도하는데 아까 본 게임이 자꾸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못된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휴돌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 부끄러웠습니다.
   ‘그래, 의사 선생님께 부탁해야지.
   못된 행동 싹 지우고 새 필름 넣어달라고.’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필름을 죽 보시더니 다시 말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왜 필름을 넣어요? 잘라주세요. 삭제해주세요.”
   “그건 곤란한데. 뇌 필름은 삭제할 수 없는 필름이야.”
   “네? 왜요?”

 

   “뇌 필름은 나중에 하늘나라 가서 너의 삶을 증명하는 기록물이야.
   이것으로 너의 삶에 점수를 매긴단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자르고 없앨 수 없단다.”
   “말도 안 돼요. 잉... 어떡해...”
   휴돌이는 어쩔 줄 몰라 했어요.

 

   “너 옛날 카메라 알아?
   필름카메라인데 한번 찍으면 삭제할 수가 없어.
   그래서 아무거나 찍지 않았어.
   아주 소중한 것, 꼭 필요한 것만 찍어서 남겼단다.

 

   우리 뇌는 필름카메라랑 똑같아.
   모든 보고 듣는 것이 다 기록에 남아.
   그래서 처음부터 잘 보고 잘 듣고 해야 해.”

 

   의사 선생님은 휴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너는 담아야 할 필름이 아주 많단다.
   이제라도 좋은 것으로 귀한 것으로 꽉꽉 채워서
   최고의 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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