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동네

엄마의 마음, 주님의 마음

 

 

 

주안이는 24개월을 넘긴 이후로 왕자병이 더 심해졌다.
제 발로 충분히 걸을 수 있음에도 내 다리를 붙잡고 우신다.
우리 왕자님은 고귀한 발을 흙길에 두기 싫으신 모양이다.
이제 걸은 지 5분도 안되었다.
며칠 뒤에 집에 손님이 오시기 때문에 시장도 봐야 하고 정신이 없다.
손을 타도 어쩔 수 없다.
어깨와 허리가 휘청해도 귀히 안고 아파트 상가로 달린다.

 

먼저 돈을 빼야 했다.
은행은 아파트 상가 1층에 있다.
나와 주안이는 2층에서 내려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탈까?
주안이를 내리고 잠시 쉬어본다.
겨우 1층인데 기다리기도 뭐해서 그냥 내려갔다.
주안이는 나를 붙잡고 또 울먹인다.
내리막 계단도 불편하시옵니까?
시간 때문에 안아드리옵니다. 으이쿠.

 

제법 덩치가 컸는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대충 계단을 하나씩 밟고 내려가는데, 어라 공중에서 발이 논다?
휘어진 부분에서 계단이 또 있다는 것을 인식 못하고서 힘을 빼고 발을 내딛다가 그만 쿵.

 

롤러코스트 탄 것처럼 눈의 시야가 급강한다. 어지럽다.
그 와중에 주안이를 용케 들고 있다.
정신없는 상태에서도 주안이를 잘 잡았나 보다.
자세히 보니 내 무릎이 주안이를 지탱하고 있었다.
대신 무릎이 계단 바닥과 충돌해 강한 고통이 왔다.
무릎을 펼 수 없어서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주안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 상황에 놀랜 모양이다.
나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일어설 수 없었으나 주안이가 울고 있으니 달랠 수밖에 없었다.
“주안이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주안이 놀랬구나.”
주안이를 폭 안고는 등을 한참 쓸어주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니 무릎 쪽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피멍이 단단히 들 모양이다.

 

피멍이 든 것도 나고 크게 놀란 것도 나인데 주안이가 우니 금세 잊었다.
가끔 걸을 때마다 무릎이 뻐근하면 아, 아까 넘어졌지 이런다.
주안이 낮잠 자다 몸이 꿈틀하면 아까 때문인가 이런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어떤 분도 본인은 몸도 마음도 피멍이었는데,
놀란 우리들 달랜다고 본인 아픔 잊으셨지.
혹여나 우리가 꿈틀되면 그 때 그 일 때문인가 염려하시며 기도하셨지.

 

그게 엄마의 마음, 주님의 마음인가 보다.

 

 

[출처 : 만남과 대화(god21.net)]

 

 

 

 

'글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사랑할까? 날 미워할까?  (0) 2017.04.07
말더듬이 강사  (0) 2017.04.03
콩쥐 팥쥐를 아시나요?  (1) 2017.03.30
나는 어떻게 살까?  (0) 2017.03.25
치매환자가 따로 없네  (0) 201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