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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나는 존재하는 걸까?





우연히 보게 된 TV에선 혼자 사는 연예인이 집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꾸만 쌓이는 짐을 버리려다 '어딘가 쓸데가 있겠지.'하며 다시 집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버려도 된대요."

지켜보던 한 패널의 말에 모두 공감했다. 


우리 집 문 앞에 일 년 넘게 세워져 있는 첫째의 자전거.

'언젠간 타겠지' 라는 생각에 버리지 못한 대표적 물건이다.


존재해도 안 쓰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한다.

우리 집에 있는 수없이 많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

나는 존재하고 있는 걸까?

팔다리가 없는 <오체 불만족>의 저자를 떠올리며 내 팔다리의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워진다.


바로 앞의 휴지를 갖고 오기 싫어하는 우리 아들의 손은 존재하는 걸까?

목이 마른 데 물을 가지러 가기 귀찮은 내 다리는 존재하는 걸까?


누구든지 자기 몸은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안 쓰면, 몸이 없는 것과 같다.

나는 <부끄러운 오체 불만족>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휴지를 잡으며 내 손은 존재하게 되고, 냉장고로 걸어가며 내 다리는 존재하기 시작한다.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내 뇌는 존재하기 시작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기 시작하며

내 몸은, 내 삶은 존재하기 시작하는 거겠지.


이제, 존재하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직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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