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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축복 상실의 시대




설이 다가온다. 음력으로도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점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점을 볼 필요가 없다. 내 얼굴엔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점은 대체적으로 "무슨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좋은 쪽의 예언보다는 "이런 상황은 절대 조심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큰 낭패를 보게 된다."는 좋지 않은 쪽의 예언이 대부분이다. 


사실, 어떤 일이 잘 될 확률보다는 안 될 확률이 더 높다. 

예를 들자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것처럼 말이다. 

이래서 '머피의 법칙'이 존재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모든 일이 우연히도 잘 되고 있음을 뜻하는 '샐리의 법칙'도 분명 있기는 하나,  '머피의 법칙'이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머피대위라는 실존인물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면 '샐리의 법칙'은 이보다 40년 후인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낸 가상의 스토리에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머피의 법칙'에 대한 보상심리로 만들어낸 법칙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좋지 않은 쪽의 예언이 많은 이유를 확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다면 이젠 심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앞날의 특정일은 크게 보아 잘 풀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좋게 되리란 예언을 했다고 하자.


그 일이 좋게 되었을 경우는 예언이 맞아 떨어지게 되겠지만, 일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는 예언이 틀리게 된다. 반면 좋지 않게 예언한 사람은 일이 안 좋아졌을 경우는 예언이 적중한 것이고, 일이 좋게 되었을 경우는 안 좋게 될 경우를 대비하라는 경고의 메세지였다고 둘러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언이 틀렸을 지라도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 따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즉 좋지 않은 쪽으로 예언한 사람은 일이 좋게 되든 그르게 되든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볼 때 자신의 미래에 밝은 희망을 뿌려줄 이, 순수한 마음으로 나의 성공을 원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런 축복 상실의 시대에 진정으로 나를 축복해 줄 이를 기다려 본다.  

 

writer by 밤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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