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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찬밥 한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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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밥 한덩이

 

 

 


영양실조로 자주 기절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울다 지쳐 까무러치기를 반복하고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어머니는 빈 젖을 물리며 흐느껴 울어야 했다.
그는 바로 주시경이다.

그가 13세가 되던 해
자식을 잃은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부유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논어를 배우게 된 그는 한자를 익혀 글 속의 지식과 이치를 10년이 걸려 알게 된다면
한글로는 3, 4년이면 다 알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한글 연구에 심취하였다.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는 서재필 등과 함께 독립신문을 만드는 등
우리글 연구와 가르치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하였으나 끊임없는 일제의 감시와 시비로
결국 만주벌판으로 자리를 옮겨 일제와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하였다.

그러나 출발을 앞두고 급히 먹은 찬밥에 얹혀 고생하다가 39세의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딸아이와 나는 그 부분을 보면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급하게 먹는 습관으로 종종 음식이 목에 걸리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에도 처하는 딸아이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주시경을 보며
‘앞날에 아이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큰일을 할 사람도 그렇게 하찮은 일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구나!
사소한 것을 작게만 여기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딸아이의 식습관이 많이 달라졌지만, 가끔 급하게 먹는 모습을 보면
“주시경” 하고 작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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