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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경제산책

최후통첩 게임과 신뢰 게임

 

 

최후통첩 게임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는 것이 있다. 1982년 독일 홈볼트 대학의 사회학자 베르너 구스(W. Guth) 연구팀이 개발한 게임으로,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A와 B가 나눠 가질 총 금액이 정해져 있고, 총 금액 중 일부 금액을 A가 제안하면 B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의 제안대로 금액이 분배되지만, 거부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만원의 금액중 A가 자신이 7만원을 갖고 3만원을 B에게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B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A는 7만원, B는 3만원을 갖게 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A와 B 모두 한 푼도 못 갖게 된다. 제안은 딱 한 번 가능하므로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고 부른다.

 

이 실험을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행했을 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50대 50의 몫을 제안했고, 30% 이하를 제안했을 경우 대체로 거부되었다. 물론 이런 결과는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개념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10만원중 1만원을 받게 되더라도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A가 1만원을 제안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 엄격히 합리적인 관점에서는 액수가 0원만 아니라면 제안 받는 사람은 무조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받으면 공돈이 생기는 데도 불구하고, 그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한다. 이 실험은 인간의 행동과 의사가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인간은 단지 이기적인 마음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공정함을 기준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선택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개인주의가 발달한 민족이나 마을, 도시일수록 최후통첩 게임에서 9대 1에 가까운 제안을 주로 하는 반면, 품앗이나 두레가 발달한 마을에서는 5대 5 제안을 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신뢰 게임

 

최후통첩 게임과 유사한 것으로 ‘신뢰 게임(trust game)’이라는 것이 있다. 이 게임은 미국 아이오와대 경영대학 조이스 버그(Joyce E. Berg) 교수가 고안한 게임으로, 서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두 집단 사이에서 진행된다.

 

게임 방식은 이렇다. 최후통첩 게임과 마찬가지로 제안자 A는 B에게 돈을 자기 마음대로 나누어줄 수 있다. 그런데 제안자 A가 일정한 금액을 B게게 주겠다고 선언하면 응답자인 B에게 그 금액이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금액의 3배 만큼 가게 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하면 B는 그 돈의 3배인 30만원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B는 그 금액을 모두 가져도 되고, 보답의 마음으로 일정 금액을 A에게 되돌려줄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만일 B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A는 B에게 전액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10만원 전액을 주었을 경우 B는 자신이 받은 30만원을 그냥 가지지 않고, 최소한 절반인 15만원을 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와 B가 전혀 모르는 생면부지의 관계일 경우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제안자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응답자를 믿고 10만원중 7~8만원을 나눠주었다. 예를 들어, 제안자가 8만원을 주면 응답자는 3배인 24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 돈을 받은 B는 더 놀라운 행동을 했다. B는 자신이 받은 돈 24만원 가운데 자신이 13만원을 갖고 11만원은 다시 A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도 13만원, 제안자도 13만원(처음에 가진돈 2만원 + 돌려받은 돈 11만원)이 된다. 즉, 응답자인 B는 제안자인 A와 수익이 5대 5가 되도록 돈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신뢰는 서로 주고받으면서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즉, 제안자가 먼저 응답자를 믿고 꽤 큰 돈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믿는다는 표시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응답자는 예외 없이 그 돈을 다시 쪼개어 두 사람의 수익이 5대 5가 되도록 분배한다. 이는 내가 먼저 신뢰를 보내줄 경우 상대도 그 신뢰에 보답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신뢰 게임의 결과도 최후통첩 게임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좋은 사례다.

 


 행복은 신뢰에서 나온다

 

최후통첩 게임과 신뢰 게임은 ‘인간이 이기적이다’라는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뒤엎는 실험이다. 그런데 이 실험이 보여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인간의 행복이 상호 신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후통첩 게임에서는 5대 5 제안을 많이 하는 마을이나 부족일수록 상호 신뢰가 높으며 사회에 대한 만족감도 더 높게 나타났으며, 신뢰 게임에서는 서로를 믿은 참가자의 피에서 사랑과 행복을 유발하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대거 검출되었다.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사람은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이처럼 인간은 서로를 믿어줄 때 행복감이 샘솟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이러한 신뢰관계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주님이 절대적으로 우리를 믿어주고, 우리도 주님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면서 서로간의 신뢰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행복이란 영원히 행복해야 행복한 것이야’라는 노래 가사에서처럼, 주님과 우리들은 행복한 신뢰 게임이 영원히 진행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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