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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동네

산굼부리에서

 

 

 

 

 

 

 

동생과 떠난 제주여행 마지막 날.

 


억새가 장관인 산굼부리의 정상에 오르니 갑자기 지름 500m 깊이 100m 정도의 큰 스타디움 같은 분화구가 펼쳐졌다.

온갖 종류의 나무와 풀들이 분화구 안에서 단풍이 들어 가을 햇살에 거대한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졌다.
육안으로도 카메라로도 한눈에 담기 힘든 대자연의 그릇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분화구를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보게 되니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거대한 기생화산의 화구는 마치 우주 한가운데에 온 듯한 낯설고도 벅찬 감동을 주었다.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아 그 가치조차 몰라 어리둥절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자정을 넘어 집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딱 맞춰 내 생일을 맞게 되었다.
여행은 나를 위한 하나님의 생일 이벤트가 된 셈이다.

 


묵은 잠을 잔 후 사진을 정리하며 뒷북치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답답하던 일상 속에서 종지 그릇처럼 좁아진 속이 이 화산의 거대한 폭발 흔적을 보며 뻥 뚫리는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하나님! 역시 나의 하나님이시다!'

 

 

오를 수 없는 하늘을 비행기로 날았고 헤엄칠 수 없는 깊은 바다 밑을 잠수함으로 가보았던 짜릿한 경험과 함께,

특히 산굼부리의 거대한 분화구처럼 크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랑 그릇이 되고픈 '나'에 대한 자각은 그 자체로 큰 선물이었다.

 


오늘도 놀라운 하늘사랑을 가슴 가득 품고 인생 여행의 즐거움을 노래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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